하나를 보고 열을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하나를 보고 천을 매도한다.

어느 신문에 이런 기사가 올라 있습니다. 어느 모 대학에서 박사과정생이 학위를
얻으려 천만 원 정도를 심사 교수들에게 바쳤다는...그에 대한 댓글은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과 교수들은 돈에 미친 쓰레기>라는 식입니다.
           논문을 준비하며 몇 번의 학회 발표, 지도 교수의 수차례에 걸친 논문지도,
논문 쓰기는 최고의 스트레스를 안기고, 지도 교수의 차가운 비판의 코멘트에 절망
하며, 공개된 중간심사에서 쏟아지는 비판들을 어떻게든 감싸안으려 노력하고, 본심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 피를 쏟는 심정으로 논문을 다듬고, 교우들 앞에서
논문에 대한 칭찬만이 아니라 당연히 쓴디쓴 비평을 가하는데, 많이 빠져 있지만 그렇
게 험한(즐기면 행복한 것이나) 과정을 거쳐 얻는 것이 이른바 학위라는 것입니다.
재능은 없는데 돈으로 학위를 살 수 있다고요? 물론 그런 경우가 없으리라고는 생각
지 않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온갖 고통을 견뎌낸 사람들입니다. 겉으로
는 전혀 그랬던 적이 없는 것처럼 잊고 살지만 말이죠. 박사 학위는 그냥 오는 게 아
닙니다. 얼마나 지난한 과정이 있는지 모르시는가 봅니다.
            <어느 신문>의 글이 지도 교수나 심사의원인 교수들이 돈을 밝히는 것처럼
적자, 그 댓글이 가관입니다. 이 나라 교수들이 다 그렇게 쓰레기라네요. 단언컨대,
논문을 완성하고 학위를 따는 과정을 하나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묘한 분위기에
이끌려 온갖 소문을 사실로 단정하며 쏟아내는 말들일 것입니다.
            교수들이 속물이라고요? 내가 아는 한, 그들은 학생들 앞에서 겸손하고,
학생들에게 해 줄 것이 없으면 자책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많은 회의도 하며,
제자가 찾아오면 기뻐하고 그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하며 고마워하는 사람들입니
다.
             힘든 논문 과정을 함께 해준 지교 교수에게 작은 선물이나 식사 대접을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제가 아는 한 제자가 만 원짜리 음료수 한 박스 사가지고
가도 기뻐하는 것이 그들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인지라, 신문이 고발하는 행태를 보이는 교수도 물론 일부
있겠지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교수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사를 가면 좋아라 하시는 분들이 그분들이십니다. 제자가 찾아왔는데 어찌 기쁘
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사람들입니다.
              학위 심사가 끝났다고 격려의 식사를 대접하시는 선생님, 집 근처까지
택시를 태워 바래다 주는 선생님(술을 한 잔 했으니), 여기 커피가 맛있다네 하시며
커피를 사주시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들이 더 많습니다.
              예전에 저는 세상이 하나를 보면 열을 헤아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실제
로는 하나를 보고 천을 매도하는 것이 훨씬 현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수들...생각보다 깨끗하고 괜찮습니다. 하지만 성녀를 바라지는 마세요.

by 지지사 | 2009/11/02 20:47 | 세상 관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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